미국 LA에 사는 오랜 친구가 왔다. 지금부터 거의 50년 전 처음만났으니 반백년친구이랄까.
나는 이 친구의 돌아가신 부모님, 큰 누나, 작은 누나, 여동생과 남동생 모두 잘알고
고등학교때와 대학때에도 여행을 같이 하였었다.
심지어는 결혼식 날짜도 1년 차이로 같으니.
그러나 손자가 고등과정이 끝나는 즈음, 나는 애들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 이게 뭐람.
혹시 먼저오면 기다릴까봐 약속시간 15분 일찍 도착을 하여
맥주 한병을 다 마실때쯤 등장한 친구, 서초역 1번 출구에서 내려와 걸어왔단다.
아까 카운터를 살펴보니까 누군가 전화로 이곳을 묻던데 바로 이 친구이었나.
얼굴이 불콰한 윤동기가 큼지막한 배낭을 매고 들어와서 앉는다.
전 직장동료들과 매 토요일마다 산행을 다닌다고.
'청산도는 어땠어?' 하고 물으니 좋았단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 동료들과 거길 간다고 하였었다.
오전에 청계산을 사전 답사한 김동기가 날렵한 차림으로 왔다.
양재동 '횃불 선교회'에서 한 딸 결혼식 이야기를 한다.
그때 술이 한방울도 없었어, 그리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 사돈들이 마치 부모님 같았다고.
정구지전과 같이 맥주, 그리고 소주를.
다음에는 노릿하게 구운 김치전으로.
이 친구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자 말자 남해안여행을 마치고
제주도로 가서는 배탈이나서 꼼짝없이 누워있었다.
나는 게장이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전화가 와서 가장 큰 한라병원원장이 나의 직계제자라 연락을 해주려고 하였더니
전에 내가 준 항생제를 먹고 잘 견뎌내었다 한다.
미국에서는 그런 배탈은 나지 않는데 하며.
처가 외국에 딸과같이 나간사이 시간이 남아 또 홍도를 다녀왔단다.
이때 윤동기가 씩씩대며 자기도 거길 다녀왔는데
한번도 여길 와보지도 않은 여자가이드가 깃대봉을 지나 곧장 가면 예약해둔 횟집이 있다하여
찾았더니 없고 다시 해떨어지기전에 돌아오느라 무지하게 고생을 하였다.
한국의 아름다운 100경에 들어갈 곳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친구는 혼자 여행을 하다가 홍도, 흑산도, 심지어 목포까지 식사를 하는데 고생하였다고.
전부 단체여행객 위주라. 그러나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은 좋았고
경치좋은 민박도 요금을 깍고 또 식사까지 얻어 먹었다며.
목포, 나의 제자가 개업을 잘 하고 있는 곳,
한번 내려 오시라고 하는데 거기나 가볼까.
소주 한병을 더 시킨다.
우리 술 형편도 많이 나빠졌다. 전에는 기본이 소주 각 일병이었었는데.
마지막으로 나온 추어탕은 우리 입에 딱 맞다.
집에 가려니 시간이 너무 일르다.
아침부터 나 온 윤동기는 엄처시하로 돌아가고.
셋이서 슬슬 걸어서 나의 단골 '옥토버 훼스트'에 들어왔다.
'점장은' 하고 물었더니 오늘은 비번이란다.
내가 술이 취했나? 카메라가 술이 취했나?
김동기가 6월에 아들 개업하는 LA로 간다하니 친구가 '내가 있을 때 왔으면 좋았을 걸' 하며
과테말라의 이동기가 마침 자기가 없을 때 왔었다 한다.
내가 이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받질 않다가
한참 후 전화가 와서 연결시켜준다.
무슨 구라를 풀고 있지.
비어 부르스트 안주하여 바이쓰 비어, 필스너, 그리고 다크비어까지 마시고는 3차는 생략.
술깨기 좋은 거리라 나는 걸어서 집으로 가고, 둘은 시니어패스로 지하철을 타고 간다.
이 두집 모두 나의 단골이라 계산은 나의 차지.
친구들과 즐거운 토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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