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2015.12.22 日本國 유자와쵸의 다카한 료칸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pebblebeach 2015. 12. 29. 16:13
 

"國境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雪國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멈춰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가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雪國>의 첫 문장이다.

여기서 언급된 '국경'은 군마현과 니이가타현을 가르는 해발 1천~2천 미터의 에치고 산맥이며

'긴 터널'은1931년에 개통된 에치고 산맥을 뚫은 9732 미터의 시미즈 (淸水) 터널이다

나는 가와바타가 소설에서 묘사한 아름다운 눈의 나라를 직접 보고 느끼고싶어

 니이가다 (新潟)의 유자와 마을 (湯沢町)과 아키다(秋田)의 겨울 온천 투어 3박 4일에 참가한다.

 

아래 사진은 우리가 숙박한 다카한 료칸에서 보는 유자와 마을의 전경이다.

 

 신칸센을 타면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곧바로 에치고유자와驛에 닿아 소설 속의

첫 문장의 풍경과 운치는 느낄 수 없다고 한다. 

上越신칸센 (Joetsu)은 1982년에 개통되었고 윗 사진의 철로 끝은 에치고 유자와驛이며 Tokyo 방면이다.

아래는  니이가다 방면의 갈라 유자와驛이다.  다키한 료칸은 양 역이 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한다.

 

세계적인 지구 온난화 현상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도착한 하네다 공항도 10도 C 전후 따뜻한 날씨로 니이가다로 북상하는 간에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눈 구경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드는 눈 없는 雪國의 겨울여행이다.

드라이버가 눈 구경을 온 우리들을 위해 눈을 찿아 터널을 관통하지 않고 三國嶺을 넘어

Naeba 스키장 주위를 돌아 에치고유자와로 들어간다.

약간의 눈발이 날리는 유자와 온천 거리를 차창으로 찍어 사진을 남긴다.

 

니이기다 縣은 예전에는 에치고 국 (越後 國)으로 불렀다.

유자와 신칸센 역의 정식 명칭은 에치고 유자와驛이다.

 

니이가다縣은 쌀 생산지로 유명한 만큼 일본 청주가 유명하다.

日本酒 사케 제조 양조장이 무려 600개가 넘는다.

역 지하 몰에서 500엔에 5 종류의 사케를 맛 볼 수 있는 사케 시음장이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久保田, 高千代 등의 브렌드도 보인다.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나 칠 수 없지요 ~~ㅎ

 

<설국>의 배경인 현재(25년 전에 신축한)의 다카한 료칸 6층 건물이다.

약 800년 전 高橋半六 옹이 원탕을 발견하였으며,

지금 36대 주인 다카하시 씨는 자기 아들 (37대)에게 가업을 물려줄 것이라 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렀던 1930년대 다카한 목조 건물은 화재로 사라졌다.

가와바타가 이곳에 온 것은 35대 주인인 다카하시 씨가 가와바타의 대학 선배 였기 때문이다.

 

다카한 료관 2층에는 설국문학자료관이 있으며

가와바타가 머물렀던 다다미 방은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책상과 화로, 그리고 조그마한 경대가 있다.

경대는 소설속에 여주인공 '고마코'를 묘사하는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소품이다.

 

'설국'은 작가가 36세인 1935년부터 48세인 1947년까지 발표한 12편의 단편을 모아

1948년 완결판 '설국'을 출판한다. 그리고 20년 후 1968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이 작품은 수상하기 10년 전부터 세계에 널리 소개되어 왔었다.

일본이 종전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진은 소설 속 여주인공인 고마코의 실제 모델이 되었든 게이샤 마쓰에의 빛 바랜 사진이다.

게이샤 마쓰에 松榮 의 본명은 코다카 키쿠 小高 菊이며 당시 18세때의 모습이다.

 

소설 속의 남 주인공 시마무라는 여 주인공 고마코를 묘사한 구절이다.

"여인의 인상은 이상하리만큼 맑고 깨끗했다. 

발가락 밑의 움이 패인 곳까지도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초여름의 산들을 보고 온 자신의 눈이 청결한 탓인가 하고 시마무라는 의심할 정도였다"

코마코를 이메지화 하는 그림을 료관에서 팔고있다.

 

료관 2층에 있는 설국문학자료관에는 다양한 언어로 출판된 <설국>과

우리나라 만화가 허영만씨의 삽화도 있다 (하단 왼쪽)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누구인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 1899 ~ 1972

오사카에서 태어나 동경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어려서 부모와 조부모를 연달아 여의고 고아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약골였고 고아가 된 후 친척들에게 신세를 지게 되면서부터

타인과의 관계에 민감해지고 고독과 외로움이 깊어진다.

1968년 설국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제자인 미시마 유키오가 활복자살하자 3년 후 73세의 나이로 가스를 마시고 자살하였다.

(미시마 유키오도 1965년, 67년 2번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원탕온천 다카한 료칸에서 설국을 번역한 사이덴스커 부처와의 기념사진이다.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1921~2007)는 <설국>의 명 번역으로 1968년 가와바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료관 2층에는 <설국> 영화가 DVD로 하루 2 차례 방영된다.

1956년 가을부터 57년 봄에 유자와쵸에서 촬영되었고 1957년에 방영되었다.

흑백 영화 2시간 15분 상영되는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는 영화로

소설 속에 묘사된 풍경을  영화의 화면에서 실제로 보는 듯해서 혼자 늦게까지 보았다.

 

영화 고마꼬를 연기한 주인공 기시 케이꼬 岸 惠子와 연회 장면이다.

가와바타는 신체가 워낙 약골로 여름에 다카한 료칸을 5회나 방문하면서

상상으로 겨울의<설국>을 집필했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임)

 

 

영화 촬영 스텝와 환담 중인 코마코 모델의 '마츠에'

이때 나이는 40세 전후 겠지요?

 

 

다카한 료칸이 자랑하는 800여년 전통의 온천 입구이다.

욕탕 입구에 걸린 노렌의 설국은 가와바타가 직접 쓴 <설국> 글자입니다.

모처럼 해외 여행에 동행한 우리집 여주인이 유카타를 입고 포즈를 취한다. ㅎㅎ

 

온천 료칸의 석식은 카이세키 요리 (懷石料理).

니이가다 앞 사도섬 근해의 생선과 니이가다 고메 솥밥, 그리고 다가치요 청주의

풀코스 만찬을 즐기면서 니이가다 설국(?) 첫 밤을 즐긴다.

 

 

나는 원래가 글재주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더군다나 문학 비평가는 물론 아니다.

다만 설국에 묘사된 아름다운 설경을 보러왔다가 엉뚱하게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만나고 가게 되었다.

나는 옛날 학창시절에 읽었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번 더 설국을 읽었지만

전개되는 인물들의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의 변화를 표현한것 보다는 

배경이 되는 눈 마을의 풍경 묘사가 더욱 좋았다.

 

 

2015년 12월   22일 동짓날

유자와쵸의 다카한 료칸에서.